RE:청주중학교 어린 영혼을 위하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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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 청주중 | 등록일 | 08.07.15 | 조회수 | 415 |
> 답변글 ------------------------------------------- 요사이 급식실을 오가며 보라빛의 탐스러운 등나무꽃을 보며 탄성을 지었는데 그 곳에서 sj호박벌이 파란딱지 이름표의 인간에게 맞아 5시간이나 고통스러워 하 다가 저세상으로 갔다는 것에 분노가 끓어 오릅니다. 그 파란딱지 이름표는 3학년 명찰입니다. 그 짓을 한 학생은 자유게시판에 sj호박벌에 사과하는 글을 올리고 다시는 생명을 함부로 해치는 짓을 하지 않기를 바랍니다. 또한 초록딱지의 2학년 과 검정딱지의 1학년도 벌을 해치는 것을 멈추세요. 현재 지구의 가장 큰 문제는 이상기온입니다. 이상기온과 환경오염으로 인해 벌들의 수가 급감하여 수분을 하 지 못한 종자식물들이 멸종해 가고 있답니다. 식물의 종자는 우리 인간의 양식입니 다. 우리 학교는 식물에 관심을 많이 가지신 교장선생님의 지도하에 윤석주 선생님, 신언재 선생님, 이애란 선생님이 학교에 늦게까지 남아 수백 포기의 꽃들을 계속 심고 계시는 사실을 알고 있나요. 학교가 나날이 아름다워지는 것은 그 뒤에서 수 고하시는 선생님들과 교직원들의 노고가 있기 때문입니다. 청주중학교를 찾아 오 는 새들과 곤충을 학생들이 잘 보호하면 더욱 많은 종류의 생물들이 찾아 와 청주 중학교는 생물들의 보고가 될 것입니다. 청주에서 가장 아름다운 교정을 가진 청 주중학교는 여러분의 모교라는 사실을 잊지 마세요. 올해 우리학교에 부임하신 윤석주 선생님! 생명체을 쉽게 해치는 학생을 보고 마음아파 하신 것에 공감을 합니다. 그러나 생물을 사랑하는 학생들이 더 많으니 까 노여움을 푸세요. 선생님이 가지신 해박한 식물에 대한 지식과 생물애호 정신을 학생들에게 침투시켜 주세요. 2007. 5. 5 김경옥 올림 > 질문글 ------------------------------------------- 날이 좋아 꿀을 따러 갔습니다. 청주중학교 후관 급식실 가는 곳에 있는 등나무 쉼터로 날아 갔습니다. 싱그런 오월, 온 천지가 푸른 기운으로 감싸져 있고 참을 수 없는 향기는 퍼져 나와 살아 있다는 것 그것 하나만으로도 가슴 벅찬 날입니 다. 이 학교는 역사가 오랜 전통있는 학교로 학교숲이 잘 조성된 멋진 학교라는 걸 우리 여왕벌님이 수없이 되풀이 하여 말한 바도 있기에 자주 드나들었던 학교입 니다. 큰 건물 남쪽 수목원에는 큰키나무들이 다투듯 서있고, 몇 그루 어린 이팝나무 는 하얀 쌀밥같은 꽃술을 매달고 우리들을 꾀어 내고 있지만 너무 어려 꿀이 별로 라서 그저 힐끗 지나치고 맙니다. 교문 근처에는 여러가지 꽃들이 있는 연못도 있 지만 우리들이 제일 무서워하는 비둘기나 까치, 참새들이 물을 마시러 오는 데라 그들의 식사 시간을 피하여 몰래 찾아가는 곳입니다. 운동장쪽으로 바로 비행하여 등나무 쉼터로 나가자 우리는 등꽃이 내뿜는 달콤 한 향기에 기절할 것같았습니다. 등을 내어 매단 듯 줄줄이 늘어진 수백, 수만 송 이 꽃들이 우리를 맞이합니다. 우리 동료들은 잉잉거리며 꽃숲을 날아 꿀을 따며 꽃가루를 뭉치고 있었습니다. 향기와 꿀에 그만 취해 버려 주의를 게을리한 것이 오늘 제가 변을 당한 바보같은 원인이 되었습니다. 몸집이 우리보다 워낙 작은 꿀벌들은 앵앵대며 재빠르게 이리 저리로 빠져 다녔지만 그들보다 3배 정도나 큰 우리 호박벌들은 인간의 눈에 바로 띄게 되어 짓궂은 장난의 표적이 되곤 했습니다. 꽃술 속에 머리는 깊이 넣고 꿀 을 채취하는 동안이 우리들한테는 가장 취약한 시간임을 그만 깜빡 했던 것입니 다. 이 시간에 비명횡사한 선조나 동료가 많이 있다는 걸 어려서부터 들어왔지만 오늘 등꽃의 참을 수 없는 향기는.......2007년 5월 4일 12시 55분. 파란 딱지 이름표를 한 아이가 양쪽 실내화를 벗어 쥐더니 어느 한쪽으로 빠져 나가지도 못하게 박수치듯 나를 내리치는 게 아니겠습니까? 그 한 동작에 등꽃에 입을 대고 꿀에 취해있던 나는 갑자기 머리가 휑해지며 등골이 서늘해짐을 느꼈습 니다. 다리에 힘이 풀리며 잡고 있던 꽃잎에 아래로 그만 떨어지고 말았습니다. 떨 어진 나는 발버둥을 쳐 봤지만 도저히 땅을 딛고 날아오를 수가 없었습니다. 차가운 시멘트 바닥은 우리들의 공간이 아니었습니다. 허우적거리며 울고 싶었지 만 울음소리조차 터져 나오지 않았습니다. 그저 숨만 헐떡고 있을 때 나타난 우리 옷 입은 인간이 나를 떨어뜨린 파란 딱지 이름표에게 무어라고 우렁우렁 지껄였습 니다. 그 소리는, "너는 재미로 이 호박벌을 떨어뜨렸지만 얘들은 생명을 잃었다. 일어나려고, 날 아오르려고 버둥거리고 파닥이는 저 몸짓을 보아라. 어떤 무지막지한 큰 짐승이 너 를 쓰러뜨리고 무너지는 너를 내려다보고 있다면 그때 네 기분이 어떻겠느냐?" 아득히 멀어지는 의식 너머로 들리는 소리가 그런 소리 같았습니다. 보랏빛 등꽃, 향내 그윽한 쉼터. 그곳이 내 전 생애 이십 칠일을 마감한 곳입니 다. 지금도 그 주위에는 우리 동료의 시신이 채 거두어지지도 못고 여기저기 널부 러져 있어 근처에 사는 비둘기들의 간식거리나 되고 있습니다. 아름다운 곳에는 늘 슬픔이 숨어 있습니다. 우리옷 인간의 종이컵에 담긴 나는 사고 후 다섯 시간이 지난 다섯 시 오십 오분 에 죽었습니다. 2007년 5월 4일 17:55분. 조금이라도 생명에 대한 사랑이 살아 있 다면 나를 친 파란 딱지, 내 동료를 친 녹색딱지 그리고 검정딱지 이름표들, 나를 애도해 주시기 바랍니다. 내 이름은 sj호박벌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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