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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의 탐구 과정
작성자 청주중 등록일 09.10.27 조회수 34
다음 예문은 과학 탐구 과정의 한 전형을 보여 준다. 이 예를 토대로 과학적 탐구가 일반적으로 어떤 과정을 거쳐 이루어지는지 설명하라.

우리 몸 속에 있는 동맥과 정맥이 연결되어 있고, 심장에서 동맥을 타고 나간 피가 정맥을 타고 심장으로 되돌아온다는 사실은 1628년 윌리엄 하비가 처음으로 밝혔다. 그전까지 사람들은 동맥과 정맥이 분리되어 있으며 간에서 만들어진 피가 정맥을 타고 나가 온몸에 양분을 공급하고 이 피의 일부는 심장으로 들어갔다가 동맥을 타고 나가 온몸에 생명력을 전달한다는 갈레노스의 이론을 받아들이고 있었다. 오늘날에는 동맥과 정맥을 연결하는 실핏줄을 현미경으로 볼 수 있지만, 그 때에는 이런 높은 배율의 현미경이 없었고 하비는 죽을 때까지 실핏줄이 있다는 사실을 몰랐다.

그러나 하비는 자기 팔에 줄을 묶는 유명한 실험을 통해 피의 순환을 증명했다. 이 실험에서 그는 우선 동맥과 정맥의 피가 모두 흐르지 못하게 팔을 묶었다. 그러자 동맥이 부풀어 올랐다. 다음으로 동맥을 묶은 줄만 풀자 정맥이 부풀어 올랐다. 이 현상은 피가 동맥에서 정맥으로 건너갔으며, 따라서 동맥과 정맥이 연결되어 있다는 사실을 보여준 것이다.

그런데 이 실험은 피가 순환한다는 생각을 얻게 해 준 실험이 아니라, 하비가 이미 다른 경로로 이 생각을 얻은 뒤 이 생각을 확인하기 위한 실험이었다. 만일 하비가 피의 순환을 미리 생각하지 않았다면, 이런 실험을 시도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렇다면 하비는 도대체 어떻게 이런 생각을 얻었을까?

하비가 이런 생각을 얻는 데는 무엇보다 정량적 사고 방법이 도움이 되었다. 하비는 맥박이 한 번 뛸 때마다 동맥을 타고 나가는 피의 양을 계산했다. 그 결과 이 피의 양이 불과 30분만에 몸 전체에 있는 피와 비슷한 7kg이 되고 하루에는 300kg이나 된다는 계산이 나왔다. 갈레노스의 이론에 따르면 피는 간에서 우리가 먹은 음식물을 정제함으로써 만들어지고, 심장에서 동맥을 타고 나간 피는 되돌아오지 않고 온몸에서 소모된다. 이 이론대로라면 매일 300kg이나 되는 피가 간에서 새로 만들어진다고 해야 하는데, 이는 도저히 불가능하므로 동맥으로 나간 피가 어떤 방법으로든 심장으로 되돌아와야 한다고 하비는 생각했다.

또 하비가 피의 순환을 생각한 데는 고대 그리스 철학자인 아리스토텔레스의 세계관이 큰 영향을 미쳤다. 아리스토텔레스는 달 위 세계에서는 직선 운동이 아니라 태양이나 행성의 원 운동이 가장 자연스럽고 완전한 운동이라고 생각했으며, 이 대우주에 비유하여 사람을 소우주라 했다. 아리스토텔레스주의자였던 하비는 사람에게도 우주와 마찬가지로 원 운동이 있어야 하고 피의 순환 운동이 이 원 운동과 비슷하다고 생각했다. 행성이나 피의 순환 운동은 모두 닫힌 곡선을 그리니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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